본문 바로가기
투자리뷰

시장의 금리조절 메커니즘과 인플레이션

by Billie ZZin 2021. 5. 8.
728x90

"원칙은 지키기 힘들 때 지켜져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피터 린치 -

자료출처: 네이버 검색 '물가지수'

1. 투자자의 입장: 채권의 수요와 공급

이젠 당연하다 못해 약간 지겹기까지 한 논리지만, 모든 자산에 있어서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단 하나의 요인은 금리(채권수익률)다. 지금 우리는 20세기(21세기의 오타가 아님) 이후로 최저 금리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50여 년 만의 일이고, 한반도에서는 유사이래 최초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대한민국 건국 이전에는 통화currency 개념부터가 생소했다). 

금리는 왜 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것에 대한 표현만 다른 거의 동일한 여러가지 말 중 가장 직관적이라고 할만한 답안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수요가 쏠리기 때문'이다. 금리, 달리 말해 채권의 수익률(yield)이 낮아지면 여기에 영향을 받는 채권이나 현금의 보유 메리트가 낮아진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좀 위험하더라도 추가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시장으로 매수자가 몰리는 것이다. 

채권은 흔히 Fixed Income Instrument(고정수입 상품)으로 불린다. 채권의 발행 시점에 이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원금 + 쿠폰 이자. 채권의 가격이 변하는 이유를 단 하나만 대라고 하면 시중금리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투자자는 시중금리가 오를까봐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글에 있다.

2ndflight.tistory.com/14

 

채권의 수익률에 관하여...

"지적인 사람이 (마이너스 금리가)혼란스럽지 않다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다는걸 알겠다면, 당신의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Anybody who is intelligent w

2ndflight.tistory.com

 

2. 정치적 입장: 재무부(기재부) vs 중앙은행, 그리고 선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려고 시도들이 정당할 수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중앙은행을 갖는 것은 재정정책에 대한 재무부의 독재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재무부와 중앙은행, 더 나아가 재무부 + 의회와 중앙은행은 재정정책에 있어서 거의 반드시 대립관계에 있어야 한다.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재무부의 역할은 국가재정의 관리고, 거칠게 말해서 90% 정도는 세금의 사용처(예산 작성)와 국채 발행량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선출직 정치인 그룹에 해당하는 행정부의 수장들, 그리고 국회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할만한 아주 명백한 이유가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물가 안정보다는 폭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폭발적인 인플레이션보다 더 불리한건 디플레이션이다.

사실 도덕적으로 보나(세금은 본질적으로 약탈이다) 장기적인 부의 증대 관점으로 보나 정부의 모범은 그 어느 때라도 긴축재정이다. 하지만 긴축을 실행하면 복지 축소는 필연적이고, 인심이 박한 정부는 지지율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차기 정권 재창출에 방해가 된다. 안타깝지만 증세나 국채 추가발행 없이 인심이 후한(척 하는?) 정부가 되는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3. 소비자의 입장

사진 출처: 충청일보

채권 투자자와 재무부가 한참 씨름을 하면서(나는 개인적으로 재무부가 국책사업을 전부 거절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면 화폐팽창 효과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임금과 원자재가 상승하면 원가가 상승하게 되고, 그에 따라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여 화폐의 구매력이 절하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방위 인플레이션은 그로 인한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소비자가 채권 투자자나 정치 참여자(내지는 정치인)와 분리된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명백한 오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넌 나쁜놈 난 착한놈 같은 발상은 완전히 틀린 질문이다.  왜냐하면, (1) 높은 수익률을 찾아서 수요 이동을 하는 것도 소비자고(요즘 다 투자 하잖아?), (2) 무엇보다 정부나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도록 지지율로 압박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선출하는 것도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은 투자자로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고, 그들 중 일부와 거기 속하지 않는 또 다른 일부(공무원, 공기업 근로자 등)는 정부에서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소비자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정치참여나 여론을 형성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쉽게 선을 그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덕성 문제로 따지면 다 나쁜 짓에 조금씩 기여했으니 전부 나쁜 놈 뿐이다. 누가 더 나쁜 놈인지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인플레이션에 저항하는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선호 압력(살해 협박 정도면 양반이다)을 이겨내지 못한다. 아니,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너무나 희귀한데다가 인기까지 없어서 그 자리까지 도달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시점은 그 자리에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시점 뿐인지도 모르겠다.

 

4. 결론: 인플레이션은 이미 와 있다.

1~3이 결합되어서 지금의 자금시장의 상황은

(0) 위기 발생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재정정책이 허용된다.
(1)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하고 금리를 내린다. = 통화 팽창
(2)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중앙은행에 판다. + 시중은행 대출 확대. = 통화 팽창
(3)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때문에 채권 보유자들은 채권을 할인해서 매도. 
       => 채권 수익률 상승(=채권가격 하락), 시중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억제 압력으로 작용. = 시장원리에 의한 통화 축소 압력
(4) 신용 축소(≒지지율 하락) 압력을 우려한 정부가 중앙은행에 통화 추가발행 요구 + 국책사업 확대 = 통화 팽창
(5) 중앙은행이 통화 추가발행, 국채 추가 매입으로 시중금리 안정화 = 통화 팽창
... (유례없는 규모로) 무한반복

위와 같은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상황이 돼있다. 신용축소 방지를 위해서 시중금리랑 씨름을 하면 일시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 피드백 고리에서 간과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되는 상수는 통화 팽창이고, 지난 1년간 팽창된 통화의 양은 서브프라임 때 헬리콥터 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벤 버냉키가 실행했던 것의 3배를 훌쩍 넘는데다가 아직 진행 중이다. 

화폐 발행량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하는 FED의 총자산 규모. 코비드 전에 서브프라임 쇼크 때 1회, 유로존 위기 때 1회 대규모 자산 매입이 있었다. 코비드로 인해 매입한 총 자산 규모는 이전에 매입한 자산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만 부작용은 1년 정도 지나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지금 가시화 되고있는 인플레이션은 2020년 초~중반 기간동안 발행한 기축통화(달러)의 무역 효과+자국 발행 통화들에 의한 효과이며, 앞으로 밀려올 인플레이션 쓰나미의 서곡 정도로 봐야할 것이다. 무역사슬의 끝에 있는 국가들(상대적 후진국)일수록 인플레이션 효과는 극적일 것이고, 종국에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밖에 없다.

2차대전 후 신자유주의자들(명칭이 별로 적절하진 않다만)은 케인스파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진 확대된 재정지출이 스태그플레이션 버스트로 끝날 것을 예언했지만, 버스트는 그들이 경고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20여 년 후에나 일어났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장기적으로 옳더라도 거의 항상 인기가 없고, 케인지언류 정책들은 정책-효과의 인과론이 명확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틀리지만 거의 항상 과도하게 인기가 좋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만큼 케인지언들이 래디컬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시기가 과거에 있기는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와 있고, 이제 시작이다.

2ndflight.tistory.com/31

 

스태그플레이션이란? & 그것에 대비하는 방법

1.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골디락스, 스태그플레이션 - 통화주의적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은 유통화폐가 늘어나는 것을, 디플레이션은 유통화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 심리적인 관점에서

2ndflight.tistory.com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