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즌이 오면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 퇴직 연금)나 연금저축 계좌를 가진 사람들은 짭짤한 제세혜택을 받는다.
1. IRP의 제세혜택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일까?
2020년 현 시점에서 IRP에 가입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진 목적은 연말정산 제세혜택이다. 현재 기준으로 IRP는 일반 소득자(세전소득 5500 이하)의 경우 16.5%, 고소득자(세전소득 5500 이상)의 경우 13.2%의 제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투자에서는 받을 수 밖에 없는 손실을 덜 받 것도 수익이므로 이 수치는 IRP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이며, 제세혜택이 주어지는 연 700만원 한도를 만땅으로 넣었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적으로 각각 116만원, 92만원에 해당한다. 이런 투자처는 흔치 않아 보인다. 1년을 단위로 하면 분명히 그렇다.
고객 입장에서 금융을 대할 때 꼭 해야하는 행동 중 하나는 은행이나 정부가 가입을 권하는 상품을 주의깊게 분석하는 것이다. 시간을 길~게 늘려서 신입사원인 사람이 25년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년 월급 중 700만원을 떼어 IRP에 꾸준히 예치했을 때, IRP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입을 제외한 확정 제세 수입은 다음과 같다. 여하튼 원금의 13.2%~16.5%에 해당하는 것임에는 변함 없다.
최대: 116만 × 25 = 2900만 원
최소: 92만 × 25 = 2300만 원
나머지 수입은 세부적인 투자상품으로 뭘 고르느냐에 달려있다. 뭘 고를 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후술하겠다.
700만 원을 25년간 투입하면 1.75억원이고, 원금을 25년간 예치했을 때수입이 3천만원이 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수지가 안 맞는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투자를 하는 이유는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지만, IRP의 제세수입은 단리수입이고, 역시 단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2. IRP의 제세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그러면 실제로 연복리로 최초로 투입한 IRP의 제세혜택 16.5%는 원금의 몇 %에 해당할까? 이건 간단하다.
(1+연수익률)^25 = (1+0.165)
계산해보면 연수익률은 0.6%다(...). 어이가 없겠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즉, 시간을 길게 보면 25년간 묶여있는 자금에 비해 제세로 인해 얻는 수익률은 형편없다. 10년간 묶여있던 자금의 제세수익률은 얼마일까?
(1+연수익률)^10 = (1+0.165)
계산해보면 제세 연 복리 수익률은 1.5%이다. 이제 얼추 저금리 시대의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즉, 제세 복리 수익률은 예치기간이 짧을 수록 유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RP로 인해 자금을 묶어두는 기간이 짧을수록 수익률이 높다. 1년 묶은 자금은 16.5%, 2년간 묶은 자금은 약 8%, 3년간 묶은 자금은 약 5%... 이런 식으로 만기까지 복리수익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제세 혜택으로 연평균 7% 이상의 복리수익률을 원한다면 퇴직을 5년 정도 앞둔 시점부터 원금보장 금리형으로 IRP를 예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5년 간 납입하고 만기가 되면(중도 해지하면 국물도 없다..) 제세혜택으로 꽤 짭짤한 복리수익을 낼 수 있다.
3. 장기 투자한다면 어떤 IRP에 투자할 것인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IRP에 투자했을 때 제세로 인한 복리수익이 계좌에 주는 이득은 연 0.6% 정도 수익률을 더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IRP의 운용사들이 어떤 펀드를 운영하는지 알아보려면, 자신이 가입한 IRP를 운영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한다. 대표 운용사 중 하나인 한화투자증권의 펀드 사이트는 링크해두겠다(광고아님.. ).
https://www.hanwhawm.com/main/finance/main/FI141_5lt.cmd
무려 1281개의 펀드가 가동중이다. 일단 '레버리지(차입투자)'같은건 수익률이 높더라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게 좋다. 레버리지, 특히 2배 이상의 레버리지는 25년간 지속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좀 더 일반화하면 국내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장기 복리수익률로 IRP는 미국의 인덱스 펀드를 넘어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총 수수료(보수)가 1.2~1.5% 정도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IRP 펀드 상품을 찍어보고 총 보수가 1.5%를 넘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임의로 고른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가 채 안된다(지난 20여년 간 코스피 지수를 보면...). 게다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구간이 5년을 넘을 수도 있다. 매년 손실이 나고 있는 펀드에 추가자금을 납입하는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IRP로 펀드를 하는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동일하게 손실의 가능성이 있지만, 수수료가 낮고 수익률이 높은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원금손실을 견뎌내기 힘들다면 원금이 확실하게 보장되면서 이자를 많이 주고, 수수료가 낮은 저축형 IRP를 찾는 게 좋다. 혹은 단기국채에 반복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서치를 하다보니 알게된 사실인데,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위의 미국 ETF들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내가 아는 최상의 선택지는 연금저축 계좌로 상기 두 개 ETF에 장기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주식형 펀드에는 손실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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