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다보면 "유상증자" 내지는 "무상증자" 공시가 뜨는걸 보게 된다. 무슨 의미인지, 주주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내 자산에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 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 세 가지
유/무상 증자 내지는 감자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 지를 알아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기업의 자금조달에 대한 기초지식을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주식이라는 증권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다. 흔히 상장(listing)이라 불리는 행동은 최초의 유상증자라고 할 수 있다.
회계학의 기본 등식(기본밖에 모릅니다..)으로 다음과 같은 식이 있다.
자산 = 자본 + 부채
자본 = 자본금 + 잉여금
기업들은 현금, 장비, 영업권, 재고 등 여러 형태의 자산을 기업활동에 활용한다. 영업에 동원되는 자산으로 몇 % 이익을 내느냐가 사업의 성장과 침체를 가르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체를 경영하다 보면 돈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당신이 편의점 주인이라고 상상하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바로 떠오르는 선택지는 돈을 빌리는 것일 것이다.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면 기업의 자산 중 부채를 증가시키는 선택에 해당한다. 부채를 투자해서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고 부채를 상환하면 (수익-원금)이 자본 계정으로 더해진다. 이것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 중 은행대출에 해당하는 방식이다(사실 두 번째 방식인 채권발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보통 은행에서는 낮은 금리로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이럴 때 추가로 돈을 빌리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지인들에게 거의 무금리(...)로 돈을 빌리고, 좀 더 돈이 필요하면 지인의 지인(...)을 동원하여 은행금리보다 이자를 쳐주고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채권 발행이다. 보통 채권의 이자율은 은행대출의 그것보다는 높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선택지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운영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사들에게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기업금융에서는 이 사이에 은행이 끼어들어 채권 발행 절차를 밟아주고 수수료를 받아가며, 무위험 금리 대비 초과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발행되는 채권을 사들이다. 이것이 회사채 공모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채권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채권을 발행하면 높아지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발행할 수 없다. 그리고 이자도 이자지만, 원금을 상환을 해야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산의 부채계정을 늘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상환위험이 없는 자본 계정을 늘리기 위해 등장한 자금모집 방법이 주식인 것이다. 주식에는 보장된 어떤 수익도 없지만, 회사의 이익금에 대한 청구'권'과 이를 관철하기 위해 경영자 내지는 기업의 대주주를 압박할 수 있는 의결'권'이 붙어있다. 회사가 잘 되기만 하면 채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익이 주식에서 발생하는 이유다.
최초로 주식이 발행될 때, 보통 발행 수수료는 액면가(Par Value)로 표시되고,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그렇게 발행가가 결정되면 발행 수수료를 은행이 취하고 실제로 회사가 취하는 자본금은 액면가만큼 더해진다. 나머지 (발행가-액면가-발행수수료)는 주식발행 초과금 계정으로 들어간다. 초기 회사들의 자본이 가장 크게 성장하는 이벤트가 상장(listing)인 이유가 주식을 팔아서 이득을 취하기 떄문이다.
2. 유상증자(Capital increase with consideration)
이제 긴 서론을 마치고 유상증자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유상(with consideration)이라는 말은 '돈을 받는다'는 뜻이고, 증자(capital increase)는 '자본금을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자금조달 방식 중에 자본을 증가시키는 옵션은 주식발행 뿐이다. 즉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돈을 받고 판다." 는 뜻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기존 주주들은 이를 달가워하기 힘들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자신이 가진 지분이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주식 수가 2배가 되면 내가 기존에 가진 주식의 '이익청구권'과 '의결권'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주식 수가 2배가 됐다고 해서 회사의 실력이 2배 느는건 아니다. 그래서 유증 공시가 나오면 어지간해서는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자주하면 주가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유증을 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유상증자는 회사만 좋고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활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증을 자꾸 해도 주주들의 무한한 믿음으로 가끔 유상증자를 1~2달에 한번씩 해도 기존 주주들이 이걸 받아주고 주가가 버텨주는 기업이 있는데, 주식 팔아 회사가 번 자본이 모조리 임원의 보수(compensation)나 부채 디펜스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투자에서 쓴 맛을 여러 번 보신 잔뼈 굵으신 분들이 유상증자를 해대는 기업들을 볼 때마다 하는 말은 "이 회사는 주식 팔아 빚갚네"내지는 "이 회사는 주식 팔아서 임원 월급주냐"이다. 당연히 기업들은 주가가 잘 오를 때 유상증자를 하고싶어한다. 주식이 비싸게 팔릴 수록 자본을 땡기는 일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상증자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 신사업에 투자할 때는 돈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거의 필연적으로 하게 된다. 유상증자, 즉 주식 발행에 있어서도 모든 금융활동과 마찬가지로 신뢰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좀 더 자세한 유상증자 실시방법은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3. 무상증자(Bonus issue)
마지막 주제로 무상증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유상증자가 주주들에게 (대체로)손해가 간다고 했으니 무상증자는 (대체로)주주들에게 이익이 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등식을 다시 기억하자.
자본 = 자본금 + 잉여금
유상이든 무상이든, 자본 항목에서 자본금 계정이 증가한다. 차이점을 조금 더 알아보겠다.
유상증자를 하면 자본금이 늘어남과 함께 잉여금 계정이 함께 늘어난다(주식발행 초과금이 늘어나므로). 무상증자를 하면 자산 총액은 변하지 않고 자본금만 늘어난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잉여금 계정에서 자본금 계정으로 돈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예를들어 2:1 무상증자를 실시하면 주식의 숫자가 2배로 늘어난다(당연히 1주당 주가는 반이 된다). 그리고 자본금(액면가)이 똑같은 주식이 2배로 생기고 이익잉여금 계정이 감소한다. 주식초과발행금 증가는 없다. 즉, 무상증자를 하면 이익잉여금을 액면가의 형태로 주주에게 주는 것과 같은 결과가 생긴다. 일종의 배당금인 셈이다. 다음에는 유상증자를 일으키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포스팅 할 예정이다.
'투자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옵션 에피소드-(1). 911 테러와 증권시장 (0) | 2020.09.14 |
---|---|
유상증자를 일으키는 세 가지 방법 (0) | 2020.09.07 |
IRP(개인 퇴직 연금), 연금저축 상품의 함정 (0) | 2020.08.26 |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비밀 (0) | 2020.08.24 |
저금리 시대, 불가사의한 현상과 그에 관한 "성지글" (2) | 2020.08.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