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가진 모든 자원과 능력을 이용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단,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정직하게 자유 경쟁에 임하는 것이다. 속임수를 쓰거나 사기를 쳐서는 안 된다."
- 밀턴 프리드먼 -
"There is one and only on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To use its resources and engage in activities designed to increase its profits, so long as it stays in the rules of the game, which is to say, engages in open and free competition, without deception."
- Milton Friedman -
리먼 브라더스 사태, 07년 미국 발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같은 명칭들은 07년에 미국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일어난 세계 단위의 경제 위기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는 이때 원화 기준으로 600조 정도 되는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자산 담보부 증권)을 뒤집어쓰고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이름을 딴 명칭이 널리 알려져 있다. 사태의 명칭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므로 이 글에서는 이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개를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매체는 대부분 영화(인사이드 잡, 빅 쇼트 등)인데, 나는 설명에 사건의 뇌관이 되었던 법(Law) 하나를 가미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좀 더 해보려고 한다.
1.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란 무엇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설명하려면 먼저 모기지(Mortgage)가 무엇인지 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모기지는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상품이지만, 07년 당시에는 금융가 사람들이나 아는 상품이었다. 이유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이자 무이자 대출의 일종인 "전세" 때문이다. 우선 두 방식의 구조부터 다시 확인해보면,
위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모기지는 집주인이 될 사람이 앞으로 매입할 주택(혹은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게 채권을 매도해(=대출을 해서) 주택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이다. 채권의 평가요소 중에 '신용등급'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다. Prime(우등)등급은 A로 시작하는 등급들에 해당하며, Subprime(비우량)등급은 B 이하로 시작하는 등급에 해당한다. 얼마 전에 언급했던대로 주택은 담보력이 가장 큰 담보물이라 대부분의 경우 Prime 등급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는 A 이하 등급인 모기지채권을 이르는 말이다.
쉬운 설명: 모기지 VS 전세
위 그림에서 전세 vs 모기지의 비용/수익 구조를 비교하면 세주(주택 구매자)에게는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소유권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전세가 모기지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도 아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를 들어 살게 되면 그 전세자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지만, 대신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세제도는 (주택가격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세주-세입자 사이에 발생하는 Win-Win 거래인 셈이다.
(부도위험을 제외하고)정리하면 비용 측면에서 세주에게는 거의 항상 전세 거래가 모기지에 비해 유리하고, 세입자에게는 저/고금리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좀 바뀌는데, 고금리 상황에는 이자수익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전세가 월세가 발생하는 모기지에 비해 불리하다. 반대로 저금리 상황에는 전세가 모기지에 비해 유리하다.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렇다면 Win-Win인 전세제도 대신에 그것보다 세주에게도 세입자에게도 별로인 모기지 제도는 왜 있는 것일까? 모기지를 쓰면 주택자금 조달에 기업의 금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을 사고팔기가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2.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부도 스왑)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고 불리는 금융상품들이 있다. 주로 "파생질"을 한다는 건 선물(Futures)이나 옵션(Options) 거래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표적인 파생상품 군에는 스왑(Swap)이라는 놈이 하나 더 있다. 용도는 이름 그대로 뭔가를 "바꾸는" 거래를 하는 것이다. CDS, 즉 신용 부도 스왑은 CDS가 연동된 대출이 부도(Default)날 것을 대비하여 일정량의 프리미엄을 내는 대신, 원금 상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보험과 같은 상품이다(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예금자 보호법도 비슷한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아주 큰 돈이 대출되었을 때는 해당 대출에 CDS가 걸려있다. 예를들어 각 국가의 국채에는 CDS가 붙어있으며, 그 나라에 재정상 위험이 발생하면 CDS 프리미엄(보험료)가 급등한다. 지병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보험을 들면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영화 <빅쇼트>는 07년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에 모기지에 대한 CDS 계약을 잔뜩 매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3.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부채 담보부 증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자산은 CDO라고 불리는 자산이었다. 이는 여러 종류의 증권화 된 부채, 다시말해 채권을 묶어서 만든 상품이다. 만약 이것이 고등급의 모기지 묶음으로만 돼있고, 거기서 멈췄다면 문제가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아래에 설명할 모종의 이유로 우등하지 않은(Subprime) 모기지들을 CDO에 섞으면서 눈먼 투자자들을 유혹했고(신용등급이 낮은 모기지 덕분에 CDO의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 사태는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 채권의 수익률과 이자 사이의 관계는 다음 글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https://2ndflight.tistory.com/16?category=861691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확대되었다. 첫째, CDO의 신용위험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Moodys, S&P, Fitch로 대표되는 신용평가사들은 쉽게 고등급을 줘서 채권평가를 맡기는 고객을 늘리려는 욕망과, 그 반대로 그로 인해 그네들이 Prime이라고 적어놓은 채권이 부도가 나면 잃게 될 회사의 평판/브랜드로 인해 등급을 낮춰야하는 끊임없는 자아갈등(?)이 있는 곳이다. CDO가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으면서 신용평가사들 간에 CDO 유치 경쟁이 벌어졌고, 이번에는 고객을 늘리려는 욕망이 이겼다. CDO에 신용등급이 우량한 모기지와 비우량 모기지가 섞여있어도 우량 모기지로만 이루어진 CDO와 거의 동일한 등급을 받았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명목이었다.
둘째, 일반적으로 증권사 고객들의 가장 심각한 손실은 가장 큰 손실은 은행들이 감당 불가능한 손실을 고객에게 떠넘기면서 발생한다. 이 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후에도 키코, DLS/F(Derivatives Linked Securities/Funds) 부도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동일한 이유로 촉발되었다. 그래서 은행이 추천하는 파생상품은 거의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가에서 일하지 않는 고객들은 대부분은 파생상품이 뭔지도 모를테니까. 애초에 CDO 발행이 시작된 이유가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산 부채(고객들이 은행에 발행한 모기지)가 은행이 보유한 자금의 규모에 비해 너무 크게 불어나자 부도 위험을 일부 분산할 목적으로 고객에게 이자수익성 상품으로 판 것이었다.
이러한 신용의 무분별한 확대가 있은 후에, 2004년이 되었을 때 미국의 주택 자가율은 69.2%를 마크하여 역대 최고치를 찍게 된다. 미국인 대부분이 집을 가지게 되어 추가로 모기지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했기 때문에 추가로 현금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자기들끼리 돈놓고 돈먹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합성 CDO(Synthetic CDO)였다. 기존 CDO와 다른 점은 기존 CDO의 CDS 프리미엄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CDO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현금흐름의 구조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4. 모종의 이유(?)
미국은 주택임대(렌탈)가 항상 불만요소를 만들어내는 국가다. 안전한 곳은 임대료가 비싸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좀 생기면 다시 이사를 가고, 또 비용이 발생하고.. 하는 상황이 많이 반복된다. 특히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더 설명이 필요할까? 표가 간절한 연방/주 정부 정치인들이 주택 자가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의 대출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들을 많이 했고, 실제로 꽤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견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권력이 일방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부 주(State)에서 모기지 대출은 면책배서가 가능하다. 즉,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땡겼다가(=모기지를 발행했다가) 못 갚게 되어도 집(=담보물) 외의 다른 자산은 압류가 불가능(off-limit)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은 완화된 모기지 요건에 힘입어 최대한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후, 집값이 오르면 되팔고, 집값이 떨어져 압류 위험에 몰리면 면책배서로 은행에 집을 넘기는 것이다. 자기 자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소위 마이너스 자산) 평가손이 발생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 전에는 대출 요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신용수준이 낮은 사람이 부채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부분 차단되어있었기 때문에 면책배서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강제로 인해 신용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부채에 대한 접근이 확대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집 이외의(이를테면 예금 같은)다른 자산에 대한 변제권이 일절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보다 집값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한들 채무자는 집만 은행에게 넘기(압류당하)면 그만이었다.
대중매체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로 정부의 규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게끔 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나이브한 조정들은 대부분 정부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래서 정부의 권한이 컸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옳다고 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대출 제한 완화를 목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더라면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정도로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로 버블이 부스팅됐던 과정이었다. 처음에 모기지 채권의 가격과 신용등급이 고공행진을 하고 심지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마저도 한동안 그럴 수 있었던이유는 제도상의 허점을 알게 된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빚을 지더라도 집을 가지려고 했기 때문에 주택의 가격, 즉 담보물의 가격이 계속해서 올랐기 때문이다. 모기지 채무자들은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손해를 입지 않으며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주택가격 보험에 가입한 것과 마찬기지인 권리를 정부로부터 부여받았던 것이다(조금 더 은행스러운 표현으로는 프리미엄이 없으며 행사가가 모기지 액면가와 동일한 무기한 미국형 풋옵션을 가진 상태).
그렇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발행)을 잔뜩 해준 은행의 입장에서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담보력이 낮아지면서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채권자들(대부분 은행)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응은 채무자에게 최대한의 변제(정 돈이 없으면 일해서 갚으세요 등..)나 압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브프라임 채권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빨리 넘기는 것이 전부였다. 변종 CDO들은 그 과정에서 기존의 우량했던 CDO의 평판을 이용해 부실채권을 가리기 위해 탄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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