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대의 신용화폐제도를 탄생시킨 시킨 리처드 닉슨에 대해 알아보자.
신용화폐? 그거 닉슨보다 오래된거 아님? 맞다. 하지만 그는 화폐를 해방시켰다.
지금의 변동환율제 시스템은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화폐의 지급보증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닉슨 이전까지의 화폐는 지급 보증물이 항상 있었다.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화폐가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이다. 화폐의 보증물품이 금이기도 했고, 은이기도 했으며, 둘의 합금이기도 했고, 그것보다 더 전에는 곡물이 주로 화폐의 지급보증물로 기능했다. 한 마디로 "돈 1000원을 주면 보리 1kg을 곡창에서 내준다."는 식이다.
닉슨 이전의 화폐 시스템은 전지구적 금본위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라는 국제협약의 일부였는데, 2차대전이 끝나가던 시점에 국제 계약 시스템이 형성됨에 따라 국제적 화폐표준의 필요성에 따라 구성되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미국 측의 재무부 차관보인 Harry Dexter White(이하 화이트)였다. 그는 채굴된 금의 양을 기준으로 달러를 발행하며, 또 그 달러의 양만큼 다른 국가들도 고정환율로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영국 측에서는 화이트의 적수로 그 유명한 John Maynard Keynes(이하 케인즈)를 내보낸다. 케인즈는 국제통화인 방코르(Bancor, 그래 그 코인)를 구상했으나, 이는 국적이 없는 통화라서 무리한 아이디어였던 듯 싶다. 이 싸움은 의외로 화이트의 승리로 끝났고, 그 결과로 금을 보증자산으로 하는 전세계 단위의 고정환율제(금 1온스 = 35달러 = 나머지 화폐별 고정환율)가 도입된다. 브레튼우즈 논쟁의 나머지 내용은 본 주제가 아니니.. 책을 읽고나면 포스팅하겠다.
여담이지만, 1948년에 화이트는 소련의 간첩이었음이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해당 혐의로 심문을 받던 중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누군가는 그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으니 간첩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가 간첩임은 수많은 증언과 문서로 입증되어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가장 즉각적인 결과는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이다. 오직 달러, 달러만이 금을 직접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계 사람들은 경제적인 혼란이 올 때마다 금의 대용품인 달러를 구하느라 바빴다. 1944~1971 동안 FED(연준)는 달러의 지급보증물인 금을 확보하는걸 주 업무로 하는 기관이었다.
그리고 한 10여년 쯤 지난 시점이 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이상하게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울화통 터지게도, 다른 국가들은, 특히 유럽은 점점 부자가 되고 있었다. 이유는 얼마 후에 밝혀지게 된다. 첫째,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브레튼우즈 협정을 심각하게 어기고 있었다. 둘째, 공범은 FED의 지하에 숨어있었다. 금이다.
1.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금을 미국에 팔고 달러를 가져갔다.
2. FED의 금고에는 금이 쌓였다. 미국인들이 쓸 수 있는 달러는 그만큼 줄었다.
3. 다른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운영하는 척 했으나, 미국 몰래 자기네들 화폐를 달러보다 훨씬 많이 발행했다.
이는 그들로 하여금 실제로 가진 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을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만들었다.
닉슨이 달러를 금에서 해방시키기 전까지는...
4. FED의 금고에 있던 애완용 금속(=금)은 일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기업들은 달러가 부족해 고용을 멈췄다.
자국의 화폐가 금에 연동돼있다고 진짜로 믿었던(=속았던) 국가의 사람들은 훨씬 많이 일했다.
결과적으로 그게 금고에서 금덩어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5.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자 달러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유럽에 퍼졌고, 그때부터 각국 중앙은행은 FED에 금태환
(달러주고 금가져오기)을 요구한다. 그런데 웬걸, 부족해서는 안되는(금=달러=타국화폐) 금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4.가 뽀록이 난 것이다. 얼마 후 스위스나 독일은 슬쩍 브레튼우즈 협정을 떠난다.
이리하여 미국과 FED는 금태환 압력(=금내놔!)에 시달리게 된다. 미국 국민들은 얼얼한 뒤통수를 어루만졌고, 좀 정신이 든 다음에는 "이게 모두 브레튼 우즈 체제 때문이니 금태환을 중지하자"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화폐의 지급보증이 사라짐으로써 자산시장에 초래될 혼란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결국 닉슨은 금태환의 정지를 선언한다. 닉슨이 달러를 금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이후 전세계의 자산시장이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지급보증자산이던 금의 가격은 폭등하였는데, 이때 금의 가격은 역사적 고점을 찍게 된다.
그래서 1971년 8월 15일에 닉슨의 선언으로 금태환이 중지되자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연간 10%가 넘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오일가격 폭등으로 오일쇼크가 터지고, 미국은 전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호황과 불황을 겪었지만, 미국은 똑똑한 사람들이 이를 잘 극복했고(지난번에 언급한 볼커도 그중 하나다), 다시 부자가 되었다. 자산시장은? 안 변하는건 없다, Price Changes. 화폐의 가격도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환율제로 자연스럽게 이행하게 된다. 닉슨은 달러 뿐 아니라 자산시장도 해방시킨 셈이 되었다.
닉슨의 선언으로 미국은 기축통화를 그만둔 것만 같았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변동환율제 아래에서도, 이번에는 금으로 보증하지 않아도 달러는 전세계의 모든 은행에서 취급되는 기축통화다. 금/은/동, 혹은 다른 물건이라도, 지급 보증물이 뭔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anti-금본위제 주장자들의 말에 지금와서 반론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또한, 금본위제를 고수하라는 말이 지금에 와서는 급진적인 디플레이션을 떠안으라는 의미라는게 알려진 된 마당에 국가 간에 금을 보증물로 하는 화폐를 발행하라는 압박이 합의를 얻을 수 있을까? 닉슨의 폭탄선언(?)의 효과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금 본위제는 27여 년을 지속했을 뿐이다. 지급보증을 포기한 50년간 우리는 더 빠르게 부유해졌다.
코스톨라니는 돈의 속성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화폐의 강약을 결정하는 것은 우선 한 국가의 경제력이며, 그 다음으로는 국가재정의 경영이다. 금은 부지런한 사람이 인정받고 미덕이 충만한 나라로 흘러 들어간다. 악덕이 승리하면 이 세상의 금을 다 끌어들인다 해도 통화를 구제할 수 없다."
시적인 구절을 언급한 적도 있었다. 타고르의 말이다.
"새들의 날개를 금으로 입혀보라, 다시는 창공으로 날아오르지 못할 것이다."
종이쪼가리라며 분노를 품고 금본위제를 주장하기보다는 열심히 돈을 버는게 낫다. 좋은 화폐면 더 좋고.
2020/05/12 - [투자리뷰] - 오일쇼크와 전설의 매 폴 볼커(Paul Volcker)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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