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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뷰

후진국/개도국 투자가 꺼려지는 이유

by Billie ZZin 202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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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에는 신조어가 많이 나돈다. 그 중 일부는 아예 생활언어처럼 고착화되기도 한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 그런 단어 중 하나다. 흔히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을 주축으로 해서, 좀 더 넓게는 극빈국을 벗어나고, 증권시장이 막 생기거나 생길 예정인 국가들을 그렇게 부른다.

이머징(emerging)은 떠오른다는 의미를 통해 빠른 성장, 급등주, 이미 다 성장해서 기회가 없어보이는 선진국들과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나는 이머징 마켓 전반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그리고, 결론은: 자신이 이머징 마켓에 속하는 국가를 아주 잘 알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을 정말 믿을 수 있는게 아니면 선진국에 투자하는게 거의 항상 유리하다. 

1. 기업들을 믿기가 어렵다.

   - 왜 그런지를 뒤 문단에서 설명하겠지만, 후진국 기업들의 회계장표는 믿기 어렵다.
   - 특히 투자를 함에 있어서 가치평가를 판단기준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기업의 현재 자산 상태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회계장표를 읽는 것이다.
     그걸 못 믿겠으면? 걸러야한다. 

  (1) 2009년에 시작되어 2017년에 비극으로 끝났던 유명한 사건이 있다. <중국 원양자원> 사건이다.
   - 중국 원양 자원은 '우럭바리'를 주종목으로 하는 원양어업 회사였다.
     매출대비 50%의 이익률을 자랑했다. 이는 중국 기업에서 대체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매출 1600억, 순이익 800억.
   - 그 이후로는.. 2010년 전환사채 500억 발행 후, 장화리의 석연찮은 채무처리 방식(BW 발행해서 채무 갚기),
     화룡정점으로 중국 당국에서 회사의 송금을 전면차단해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채권단은 담보로 잡은 CEO의 주식을 던져버리고,
     이후 그 좋던 재무제표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결국 2017년 상장폐지를 맞게 된다. 

우럭바리 실물.
중국 원양 자원 주가 차트


  (2) 최근의 유명한 사례는 <루이싱 커피>가 있었다.
   - 머디 워터스 리서치라는 회사는 주로 미국 상장된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턴다. 
     재무제표 숫자를, 직접 매장 방문해서 카운팅한 숫자와 대조시키는 것이다.
     루이싱 커피를 털어서 발견한 내용은, 
      (1) 여러 매장에 직원들을 보내 커피 판매내역을 실사
      (2) cctv로 온/오프라인 주문번호가 건너뛰며(1, 2, 3 순서 아니라 1, 2, 7 등)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 
      (3) 커피 판매가격 실사: 쿠폰이 워낙 많이 발행되어 실제 매출가는 공개 가격의 40% 수준.
   - 숏포지션 걸어놓고 분식회계 내용 보도. 
     실제로 감사거부 의견을 받으면서 루이싱 커피 주가 하루만에 80% 폭락. 사실상 증시에서 퇴출.
   - 그나마 다행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지난달 말에 상장폐지 되어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되었다.

너무나 유명한 루이싱 커피

 

2. 정부도 믿기 힘들다.

   투자자가 정부/정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맨슈어 올슨 교수의 '조폭국가론'이라는 논증이 꽤 괜찮은 답을 준다고 생각한다. 

맨슈어 올슨 (Mancur Olsen)교수

맨슈어 올슨은 '국가'를 두가지 부류의 도적떼에 비유한다. 하나는 유랑형, 다른 하나는 정주형 도적떼다. 유랑형 도적떼는 일거에 마을의 재산을 다 털어간다. 다른 곳으로 떠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주형 도적떼는 마을을 다 털어버릴 유인이 거의 없다. 한 지역에서 꾸준히 약탈을 자행하려면 주민들이 적당히 살만해야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주형 도적떼는 유랑형 도적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야할 유인까지 생기게 된다. 유랑형 도적떼는 마을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반대로 정주형 도적떼는 마을과 신기하게도 협동관계를 만들어낸다.

각 국가의 정부가 시민의 사유재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는 좋은 아이디어인데, 실제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는 시민의 사유재산과 전쟁을 벌인다(주 무기는 세금이다). 대개 임기제 정치가 의미하는 바가 '한탕 털어먹고 튀어라'로 변질되지 않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현명한 지배문화를 가진 국가는 생각보다 드물다. 이것이 투자자의 자산을 불리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수시로 기업을 헤집어대면 그에 대한 반응을 해야하는 기업은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하며, 이는 결코 투자에 좋다고 할 수 없는 요소다. 수시로 화폐개혁을 해댈만큼 혼란이 극에 달한 국가에서 자산이 멀쩡하길 바라는 건 터무니없는 기대일 것이다.

투자자는 정치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정부가 사유재산과 전쟁을 벌이는 유랑형 지배문화가 횡행하는 국가에 투자하는건, '투자' 치고는 지나치게 용감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3. 모든 것의 원인으로, 사람을 믿기  힘들다.

흔히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말이 있다. 1주일에 한 번 발표되는 복권 당첨자를 보면, 한 방에 10루타(=10배 종목)가 걸려서 마켓에서 벗어나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약간 원망스러운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는 흔히 '자주 보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인지적 착시이며, 누구나 알지만 복권을 사면서는 간과하거나 눈을 감는 사실로, 복권이라는 게임의 기대값은 0보다 작다.
※ 도박-베팅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복권에는 '켈리 비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잡설이 좀 길지만, 복권같은 예외적인 행운이 발생하지 않는 한은, 국가가 창출하는 부는 그 국가의 '실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삶에는 우연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평균을 반영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실력은 그 국가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정직성 + 성실/근면 +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림 + 성과를 깎아내리는 경향이 덜함
이들을 갖춘 사회는 반드시 풍요로워지며, 그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한다.
모든 국가들이 이것들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유한 국가라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이들 중 모든 것이 결여된 상태로는 부유한 국가가 되기 힘들다.
특히 거짓말을 많이 하는 국가는 부유해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생기면 좋은 아비투스를 갖게 되는거라고 말하는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2차대전 직후에, 남미에는 돈이 많았다. 지금은 별로인 유럽이 그때는 강대했고, 그들의 식민지 유산이 남아있어 전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같은 대형 식민지는 유럽의 어지간한 국가를 뛰어넘는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비투스가 타락한 이후의 남미는 지금처럼 되었다.

<엄마찾아 삼만리>는 아르헨티나로 식모살이를 하러 간 엄마를 이탈리아 소년 마르코가 찾아가는 내용이다. 지금은 IMF 맛집이자, 국채 디폴트 7회에 빛나는 아르헨티나는 2차대전 직후 아르헨티나는 세계 10위 안의 경제대국이었다.


마찬가지로 그 시기의 유럽도 대단히 부유했다. 적어도 80년대까지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을 매우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비투스가 타락한 이후의 유럽은, 아직 몇 가지 요소들이 그들을 아주 망하는 것으로부터 지켜주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 이상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있다. EU의 결성은 정치적 요소에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글을 쓰다보니 여기까지 와서 언급하자면, EU의 결성과 확장이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는 지는 50년 쯤 후에 재평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면, 나는 EU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유럽이 괜찮은 것 같다고? 진짜?
같은 기간의 일본을 보면 유럽보다는 낫다.
이머징 마켓 인덱스

 

4. 마지막 질문: 지난 30년 사이에 개도국을 벗어난 국가가 있는가?

  내가 보기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30년 전 개도국이 지금도 개도국인 경우가 많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많은 개도국 중에 어느 국가가 개도국을 면하는지를 나는 맞출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개도국이 선진국의 아비투스를 갖추고 나서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https://2ndflight.tistory.com/27

 

지금이 바닥은 아닌 이유

"The people are yelling ,'Swing you bum!' Ignore them." ("'휘두르라고, 멍청아!'라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를겁니다. 무시하세요.") -Warren Buffet(워런 버핏) - 좋은 수익을 내기 위해 바닥에서 살 필요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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