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에서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There is nothing new in Wall Street.)"
-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 -
오늘은 채권 수익률과 신용등급의 관계, 그리고 채권수익률을 평가하는 방법을 써보려고 했으나, 좀 더 직관적인 내용을 다루는 게 나을 것 같다. 퇴근이 좀 늦어져서 피곤하기도 하고.. 채권 수익률은 써야 하는 수식이 있어서 주말 쯤에 다루는게 좋을 것 같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은 이제 더는 낯선 용어가 아니게 되었다. 이 말이 공중파를 타게 된 것은 리먼 쇼크 이후였고, 2015년 정도 쯤부터 증시 붐이 일면서 '도대체 왜 오르는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크게 유행아닌 유행을 타게 된다.
양적완화는 08년 리먼 쇼크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신용)의 경색을 막기 위해 당시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돈을 많이 뿌려서 별명이 헬리콥터 머니..)가 펼쳤던 정책을 이르는 말이다. 금리를 0% 부근까지 내리고, FED가 달러발행권을 집행해서 그 돈으로 국채를 매수하고 시중에 돈을 마르지 않도록 한다. 쉽게 말해 "상식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돈을 뿌려라." 이게 양적 완화다.
하지만 과연 양적완화는 전가의 보도 내지는 만병통치약인가? 당연히 아니다.
일단 좀 의외의(?) 예시로 모택동이 정권을 잡았을 때, 중국 인민들은 모택동이 화폐를 더 찍어서 자신들에게 지주들로부터 땅을 살 수 있는 돈을 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었다. 북한에서도 화폐개혁이 있기 전에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한다는, 한 2000년 전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 실험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결과로 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에 화폐개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양적 완화는 본질적으로 이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이다.
현대 국가들 중에서도 양적완화만 주구장창 하다가 통화가 쓰레기가 된 국가들이 수두룩하다.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최근에는 터키가 그 꼴이 났다. 그리스는 그렇게 될 뻔... 했다가 EU 존이라서 어떻게 차입금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유럽에는 병자들이 많기 때문에 유로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결국 되돌려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의 예시들처럼 물가상승과 불경기가 동시에 온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예시는 루즈벨트 정부가 대공황을 돌파할 때 케인즈도 양적완화 정책을 썼다는 것이다. 뭘 했냐고? 금리를 낮추고 국채를 매입했다. 스팀팩을 맞은 미국의 경제는 불황의 늪을 빠져나왔고, 그 덕인지 루즈벨트는 대통령을 3번이나 했다(당시까지는 연임제한 없었음).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케인즈주의자들의 확대재정타령(...)이 시작 되었다.
통화 스팀팩이 이토록 강력하기 때문에, 루즈벨트의 경우처럼 때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정부는 언제나 화폐특권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선거철에는, 양적 완화로 돈을 풀면 잠시동안 호경기가 일어나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기를 쓰고 집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고, 심지어 이를 아는 식자들은 그걸 바라기까지 한다.
양적완화는 적어도 20세기 초반, 그리고 사실은 그 한참 이전부터 쓰여오던 금융 테크닉이다. 불경기를 Soft Landing하기 위한 진통제이며, Hard Landing보다 장기적으로는 별로 나을게 없지만 힘든 시기에 대중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이를 포기하지 못한다. 중앙은행의 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특권을 위험하다고 보는 학자들(대표적으로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제 2020년의 NEW NORMAL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기 위한 배경지식은 거의 다 설명한 것 같다. 2020년 제롬 파월의 양적완화가 2008년의 벤 버냉키의 그것과 다른 점은, 국채와 지방채 외에 회사채(일부는 정크일 수도 있다)까지 매입했다는 것이다. 같은 점은, 감내하기 힘든 인플레이션을 겪고싶은게 아니라면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을 다시 빨아들여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회사채는 공공채(=국채+지방채+etc)와 달라서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작용인 채권의 매도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New Normal 같은건 없다. 우리가 그 사실을 경험할 만큼 나이가 충분히 많지 않을 뿐이다.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번엔 다르다.
(The Four most dangerous words in investing are: This time, it's different.)"
- 존 템플턴 경(Sir, John Temple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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