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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뷰

양적완화에 도사린 관료제의 위험

by Billie ZZin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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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민주주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선동적 정치의 대가다.
그 어떤 의회도 감히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강력한 조치들을 관철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

양적완화는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공공채를 매입(=현금을 시중에 투척)함으로써 인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통을 경감시킬 호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양적완화의 실행자는 본질적으로 관료기구인 중앙은행이다. 관료기구의 활동에 대해 생각할 때 단 한가지 명심해야 하는 질문이 있는데, 바로

"Who's gonna decide?(누가 결정할건데?)"  

달리 말하면, "결정은 니가 하고 책임은 내가 지냐?" 쯤 되시겠다.

이 질문이 하이에크가 케인즈의 거시경제이론을 비판할 때 사용한 핵심 논거이자, 관료주의의 치유될 수 없는 결함을 아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사실 이 질문을 좀 더 파고들면 국제관료기구의 존재 방식이 썩 불합리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이에크는 화폐의 사용과 저축에 대한 개인행동의 총합이 경제가 되는 것이 그것의 마땅한 형태라고 봤다. 그런 그가 소수위원들이 화폐의 구매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앙은행제도를 위험천만하다고 본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중앙은행제도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프리드먼을 비롯한 나머지 신자유주의 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양적완화의 장점, 그리고 그것을 시행하는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유도된 호경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패자구제(와 투자자들의 행복이)다. 단점은? 패자구제다. 패자구제는 따뜻하고 인심좋은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므로 이런 생각들이 만연해 있기도 하지만, 이면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극도로 부패한 결과가 논리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한다. 그러므로 패자구제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물론 그 제한을 누가 결정할거냐 하는 것이 또 문제가 되겠지만.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비용/재무구조에 큰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열의 아홉은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사용하는 데서 부도가 초래된다. 지금 당장 지난 상장폐지 기록을 들춰보면 주주들이랑 나눠먹기 싫어서 하는 자진상장폐지가 아닌 다음에야 부채관련 항목이 건전한 곳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가정해보자. 99% 확률로 부채를 가진 법인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본금의 100%, 200% 이상의 부채를 떠안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부채비율이 이정도 되면 상당히 많은 이자를 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므로 부채를 줄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회사가 부도위기로 몰렸을 때 모든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금리를 낮춰서 이자비용을 대폭 삭감해줄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채를 더 많이 쓸 것이다. 이로 인해 일어날 문제는 그 빚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예금자의 원금을 희석시키는(그래서 빼앗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정을 연준이 하고 책임을 다수 예금자들이 진다는 말의 의미이다. 그 다음은 양적완화를 되돌리는 행동을 방해하고싶어질 지도 모른다. 빚은 사용할 때는 좋지만 갚을 때는 두 배로 고통스러운 법이므로. 

"If you subsidize undesirable behavior, you will get more undesirable behavior.
(권장하지 말아야 할 일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

물질적으로도 부작용은 있다. 효율적인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불황에는 효율적이거나, 상당한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기업들이 살아남는다. 그들이 파산한 기업들의 자산을 헐값에 인수해서 더 효율적인 구조에 흡수시키고, 불황이 끝날 때 쯤이면 소비자들은 자본시장의 효율화에 힘입어 선택에 필요한 인지적/물질적 비용을 줄이면서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부실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즉각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필요할 때마다 보조금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전문용어?로 좀비기업)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직간접세와 인플레이션세가 그 기업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행복하게 끝난 양적완화들을 대부분 기억하지만, 지난 세월동안 상당히 많은 경우에 각 국가별 정부는 통화정책에 대한 몇 차례의 거대한 실수로 엄청난 고통을 불러왔다. 솔직한 의견으로, 그 정부들에 가해지는 비난은 너무 가볍다. 관료의 지능에 거는 일반대중의 기대는 지나치며, 또 이율배반적으로 그들의 실패에는 지나치게 너그럽다. 관료집단이 현명하게 행동할 유인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너무 많은 기대와, 결코 후과를 책임질 수 없을 거대한 권한이 주어진다. 

양적완화의 목적이 유동성이 낮아짐으로 인해 시장에 쇼크가 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의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는 이것 이상의 의도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위기의 조짐만 보이면 바로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작한다. 명확한 이유는 별로 없다.. 거의 틀림없이 '경기를 부양' 하는 것이 목적으로 포함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파격일까, 파멸일까?

중앙은행의 목적은 시대마다 달랐다. 중앙은행의 중요성1970~1980 오일쇼크 기간동안 연간 10%를 넘나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기의 중앙은행의 책무는 누가 뭐라해도 물가(=화폐가치)의 안정이었다. 그 이후로 40여년 간은 재량적 통화정책이 인기를 끌면서 연준이 경기부양 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부분적으로 연준의 목표가 화폐가치의 점진적 변화 → 주가지수 방어처럼 변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는 못할 것 같다.

경제가 zero-sum game은 아니지만, 정책에 따라 유불리, 또는 이익을 크게 얻거나 작게 얻는 그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든 보호정책은 양면성이 있어서, 한 집단을 국가권력이 보호하게 되면 다른 집단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양적완화가 시행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가장 소외되는 그룹은 저축하는 사람들과 채권보유자들이다. 저금과 액면가가 낮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매력이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야경국가론과 personal motivation(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들, 그리고 관료들까지도 현명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동기를 따름을 경험적으로 안다.)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중앙은행 제도에 찬성하지 못할 것이다. 위원회 개개인들도 개인적 의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가족 또는 친구 등의 명의로 된 계좌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이들 중 가장 강경해서 경제적 무정부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는 미제스는 중앙은행의 화폐발행에 대해 '합법적 위조지폐 제조기관'이라고 힐난을 퍼부었다(그가 이 말을 하며 함께 주장했던 금본위제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통화를 팽창시키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망하지 않는걸까? 그렇지 않다. 결국에는 '돈' 자체의 메리트가 사라진다. 한 수레의 돈보다 빈 병 한박스가 가치있어지고, 그로 인해 검약한 사람들이 그 국가를 떠남으로 덜 검약한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받는 시기가 지난 100년동안 얼마나 많았는지를 기억한다면 관료들이 통화를 다룰 때 지금보다 훨씬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사례인 독일의 마르크화 사태, 여기에도 pricing problem이 숨어있다.
페로니즘의 국가, 아르헨티나는 지난 15년간 통화가치가 1/20토막정도 났다.

다음에는 1997년 IMF 사태의 관료주의적인 측면의 원인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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